천 년의 울림을 잇는 사람···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
MBC충북 |
2026.04.09 1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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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울림을 잇다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
충북 진천의 한 공장. 뜨거운 불길과 거대한 틀 사이에서 쇠를 다루는 사람이 있다. 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 그의 하루는 언제나 종소리를 향해 흐른다.
범종은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아니다. 수많은 공정과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태어난 하나의 ‘울림’이다. 밀랍으로 형태를 만들고, 흙으로 틀을 세우고, 수천 도의 열기 속에서 쇳물을 붓는다. 그렇게 태어난 종은 단 한 번 울려도 몇 분 동안 여운을 남긴다.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파도처럼 이어지는 그 울림, 한국 범종의 특징인 ‘맥놀이’다.
그는 지금 한국 범종의 전통을 이어가는 세 번째 세대다. 국내 최초의 범종 제작사 ‘성종사’를 세운 1대 원국진, 평생 종을 만들어온 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원광식 장인,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원천수.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은 기술만이 아니었다. 종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더 좋은 소리를 향한 집요한 질문이었다.
일본에서 금속공학을 공부한 그는 전통 기술에 과학을 더했다. 종의 두께와 구조, 문양의 위치까지 소리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연구하며 컴퓨터 음향 분석까지 도입했다. 장인의 감각과 공학의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에서, 오래된 기술은 오늘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종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쇳물을 붓는 순간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수천 도의 열기 속에서 단 한 번의 판단이 결과를 바꾸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위해 장인은 수없이 계산하고 또 점검한다.
그가 만드는 종은 사찰과 도시, 그리고 사람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종이 울리면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오래된 울림을 마주한다. 쇳물로 형태를 빚고 소리로 시간을 남기는 일. 그 시간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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