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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
오송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7월 15일, 물속에 잠긴 것은 지하차도만이 아니었습니다.
미호강 임시 제방이 터지면서 인근 마을도 큰 피해를 봤습니다.
1년이 지나 다시 장마가 찾아오면서 이 일대 주민들은 또다시 마을이 물에 잠길까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초원 기자가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7월 15일. 이 마을에는 당시 이틀간 4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다 미호강 임시 제방이 터졌고, 잠시 후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습니다.
주민들은 보트를 타고 대피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집 안은 엉망이 됐습니다.
당시 김상민 씨는 집을 잃고 94살 어머니와 마을회관에서 한 달 반을 버텼습니다.
그렇게 버텨낸 지난 1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집은 깨끗이 고쳤지만, 그날의 상처는 여전합니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집 밖에 나가는 게 무섭습니다.
◀ INT ▶ 김상민/청주시 강내면 탑연리
"비 올 때마다 항상 트라우마가 생기는 거지. 비만 조금만 와도 어디를 가고 싶어도 못 가요, 진짜. 어디 가고 싶은데 비 온다고 하면 괜히 또 작년처럼 물 들어올 게 걱정이 돼서.."
15년간 이불 가게를 운영하던 변상례 씨.
그 날 수해로 이불과 수납장은 물론 아끼던 재봉틀도 버렸습니다.
퍼내고 닦아도 끝없이 나오던 흙탕물, 다시 물이 들어찰까 나무 수납장을 철제로 아예 바꾸었습니다.
배수구가 막힐까 비만 오면 우비를 입고 동네 풀을 뽑고 다닙니다.
◀ INT ▶ 변상례/청주시 강내면 탑연리
"불안하니까 자다가도 이렇게 밖을 내다봐지고.. 아침부터 우비 입고 돌아다니면서 풀 뜯어서 옆에다 모아놓고 그래요. 그게 하수도를 막을까봐.."
장마철이 다시 시작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요즘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로가 물에 차진 않았을까, 잠을 자다가도 빗소리만 나면 CCTV를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 INT ▶ 조남주/청주시 강내면 탑연리
"CCTV로 봐요, 저는. 교통 상황 이렇게 보면 도로가 보이거든요. 그럼 CCTV로 물이 찼나 안 찼나 도로에, 확인도 하고 그래요. 자다가"
폭우 피해 이후 동네 약국에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사러 오는 주민이 많았습니다.
십수 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약사는 계속 이 마을에서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 INT ▶ 이연숙/마을 약국 운영
"새벽에 비 되게 많이 왔잖아요. 그러니까 새벽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심란한 마음이 들고 좀 트라우마같이 남아 있는 게 있어요."
충청북도는 미호강 주변에 제방을 다시 쌓고, 피해가 없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초원입니다.
(영상취재 김현준)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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